
핏빛 돈으로 조선을 사다. 토지 3부 1권 (1-1)
제 1 편. 만세(萬歲) 이후
1장. 끈 떨어진 연
"끈 떨어진 연." 사람들은 내가 마침내 평사리 땅을 되찾고 조준구의 몰락을 눈앞에 두었을 때, 나를 향해 그렇게 속삭였다. 최씨 가문의 끈, 그 복수의 실타래가 이제야 풀렸다고. 하하. 얼마나 우스운 착각인가. 나는 조준구에게서 땅을 되찾기 위해 살지 않았다. 나는 빼앗은 자들의 논리를 익혀, 그들보다 더 거대한 힘을 갖기 위해 살았다. 조준구의 파멸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고, 나는 그 연극의 대본을 쓴 작가이자, 가장 냉정한 심판관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 최후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내 가슴은 텅 비어 있었다. 승리의 쾌감도, 해방감도, 그 어떤 뜨거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이미 더 거대한 전쟁터로 눈을 돌렸다. 식민지 조선이라는 이 거대한 감옥에서, 누가 감히 자유를 논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되찾은 것은 땅이 아니라, 복수심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난 나의 자유였다.
그 자유는 냉정함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되어 있다. 이제 나는 끈 떨어진 연이 아니라, 스스로 방향을 결정하는 독수리가 되어야 한다. 이 땅을 발판 삼아, 나는 조선 전체를 되찾는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이 싸움은 재산을 불리는 싸움이 아니라, 재산을 던져 넣는 싸움이 될 것이다.
나는 길상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평사리의 자연과 인간에게 뿌리내리고자 한다. 나는 그를 이해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 자체가 일본의 칼날 위에 놓여 있는데, 어찌 자연의 아름다움만을 노래할 수 있단 말인가. 나의 사랑, 나의 남편인 그가 나의 가장 큰 약점이 될까 두렵다. 그래서 나는 더욱 차갑게 그를 밀어내야 한다. 내가 복수라는 끈을 끊어낸 것처럼, 이제 인간적인 정이라는 끈도 끊어내야 한다. 오직 이성과 계산, 그리고 조선의 미래만이 나를 움직이는 유일한 끈이 되어야 한다.
나는 나 자신에게 엄포를 놓는다. "최서희, 너는 이제 텅 빈 그릇이다. 그 그릇에는 오직 조선의 피와 눈물, 그리고 승리만이 담길 수 있다." 끈 떨어진 연이 허공에 뜬 채 방향을 잃듯, 나 또한 인간적인 방향을 잃고 오직 대의라는 북극성만을 쫓아 나아간다. 이 땅의 모든 복잡한 채무와 법적 잔해들은 즉각적인 수습을 요구한다. 나는 이 미련한 땅을 떠나, 다음 단계의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전주로 가야 한다.
2장. 전주행(全州行)
전주로 가는 길. 이 여정은 나에게 승리의 행진이 아니라, 냉정한 수습의 과정이었다. 조준구의 몰락은 나에게 정의의 실현이 아닌, 경영상의 숙제를 안겨주었다. 법적인 절차, 서류 정리,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일본인 관료들의 역겨운 눈빛을 견뎌내야 했다. 나는 그들의 눈빛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나의 가면을 더욱 완벽하게 다듬었다.
탐욕스러운 거상, 돈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독한 여자. 그것이 그들에게 보여줘야 할 나의 모습이다. 전주에서 만난 모든 사람은 나를 새로운 지주로 대접했다. 그들의 아첨과 비굴함 속에서 나는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내가 경멸했던 조준구의 모습이, 이제는 나의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듯했다. 나는 그들에게 권력의 정당성을 보여주어야 했다.
이 땅은 복수로 되찾은 것이 아니라, 경영과 자본이라는 정당한 힘으로 회수한 것임을. 하지만 전주에서 내가 진정으로 수습해야 했던 것은 땅이 아니라, 길상의 마음이었다. 그는 내가 복수를 완성했을 때, 비로소 나의 삶이 평화를 찾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전주행은 새로운 투쟁의 시작을 의미했다. 나는 그에게 진실을 말할 수 없다. 나의 모든 움직임이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조선의 해방을 위한 거대한 작전의 일부라는 것을.
그를 지키기 위해, 나는 가장 잔인한 거짓말을 선택해야 했다. "나는 아직 목마르다. 더 많은 돈과 힘을 원한다." 이 거짓말은 나의 차가운 갑옷이 되어, 그를 나의 위험한 세계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전주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인간적인 유예 기간을 주지 않았다. 서류를 검토하고, 채무 관계를 정리하며, 일본인 은행가들과 대면하는 모든 순간, 나는 나의 사명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쌓아 올린 이 모든 돈은 나의 것이 아님을, 언젠가 조선의 독립이라는 거대한 폭발을 위해 던져질 화약임을. 전주에서의 승리는 작은 복수의 끝이 아니라, 더 큰 전쟁의 서막이었다. 이제 나는 이 모든 권력과 부가 정상적인 가정의 틀 안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다음 무대는 경성, 그리고 나의 자식들의 혼사다.
3장. 겨울 혼사(婚事)
겨울 혼사. 나의 아이들, 환국과 양현의 혼례는 나에게 엄청난 대중 연극이었다. 나는 그들을 위해 가장 화려하고 성대한 무대를 준비했다. 경성 최고의 부호, 최서희의 자식들이 치르는 결혼식. 그 소문은 조선을 넘어 일본 관료들의 귀에까지 들어가야 했다. 혼사는 나의 위장막의 가장 두꺼운 부분이다. 이토록 전통과 부에 충실한 결혼식을 치르는 여인이, 어떻게 조선 독립의 비밀 자금원일 수 있겠는가. 나는 그들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나의 심장을 찢는 연기를 해야 했다. 자식들을 향한 어머니의 순수한 사랑을 연기하고, 전통적인 가문의 수호자임을 자처해야 했다.
환국아. 너는 너의 어미가 너의 결혼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너의 배우자는 내가 고른 가장 안전한 배경을 가진 가문의 자식이었다. 너의 행복은 나의 가장 큰 소망이지만, 너의 결혼은 나의 안전을 위한 견고한 덧문이 되어야 했다. 나는 너에게 자유로운 선택을 허락하지 못했다. 미안하다.
양현아. 너 또한 마찬가지다. 너의 맑은 눈빛 속에 결혼이라는 현실의 무게를 얹어주어야 했다. 너희들의 혼사는 나의 경성 생활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이로써 나는 안정된 가정을 가진, 지극히 정상적인 부호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결혼식이 끝난 후, 나의 마음은 가장 깊은 겨울 속에 갇혀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을 축복하기보다, 나의 완벽한 위장술에 안도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로서의 나를 잃고, 투쟁의 설계자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혼사는 축복이 아니라 희생이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을 나의 대의 아래에 묶어두는 잔인한 희생. 나는 이 결혼을 통해 조선 독립의 자금을 가장 안전한 가문의 테두리 안에 숨겨두는 데 성공했다. 결혼식의 화려한 불빛은 나의 고독한 어둠을 더욱 깊게 만들었을 뿐이다. 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다음 신호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온다. 상해에서.
4장. 상해에서 온 사람
그가 왔다. 상해에서 온 사람. 장혁(張赫). 그가 나의 서재로 걸어 들어왔을 때, 나는 나의 운명이 가장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했음을 직감했다. 그 전까지 나의 삶은 복수와 축재라는 개인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조선의 역사라는 거대한 격랑 속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그의 눈빛은 뜨거우면서도 날카로웠다. 수많은 피와 절망, 그리고 불가능해 보이는 희망을 목격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그는 나에게 밀서를 건넸다. 그 안에는 조선의 독립을 위한 가장 치밀하고 위험한 설계도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설계도의 가장 중심부에는 나의 돈, 최서희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최 마님. 저희는 마님의 재산이 아니라, 마님의 지혜와 배포가 필요합니다." 그의 말은 나의 심장을 꿰뚫었다. 나는 단순히 돈주머니가 아니라, 작전의 설계자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 순간, 나의 수십 년간의 고독한 투쟁이 정당성을 얻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나는 그에게 나의 모든 것을 걸기로 결정했다. 내 재산, 내 명예, 그리고 어쩌면 내 목숨까지도. 그는 나에게 조선의 미래를 보여주었고, 나는 그에게 내 모든 현재를 내어주었다. 우리는 길고도 침묵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돈의 흐름, 일제의 금융 시스템의 허점, 만주와의 연락망 구축. 나는 그 모든 것을 가장 냉정한 사업 계획처럼 분석하고 검토했다. 장혁은 상해에서 가장 위험한 불꽃을 가져왔다. 그 불꽃은 나의 자본이라는 화약고에 점화될 운명이었다.
그와의 만남 이후, 나의 삶은 완전히 다른 궤도에 올랐다. 나는 더 이상 최치수의 딸이나 길상의 아내가 아니었다. 나는 조선의 독립을 위한 거대한 비밀 조직의 심장부가 된 것이다. 이제 나는 두 개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낮에는 일제의 군수 물자를 대는 탐욕스러운 거상으로, 밤에는 조선의 해방을 위해 자금을 돌리는 냉철한 설계자로. 나의 역할은 정해졌다. 하지만 이 새로운 사명은 가장 사랑하는 존재와의 단절을 요구한다.
5장. 별빛이 쏟아지는데
별빛이 쏟아지는 밤. 길상은 나의 곁에 누워 있지만, 나는 그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그는 아마 평화로운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그의 영혼은 여전히 순수하고 깨끗한 예술가의 것이기에. 하지만 나는 잠들 수 없다. 나의 머릿속은 돈의 흐름, 밀서의 내용, 그리고 다가올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별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이 나를 더욱 고독하게 만든다. 나는 이 별빛 아래에서 길상과 함께 평범한 부부의 행복을 꿈꿀 수 없다. 나의 삶은 이제 투쟁이라는 가장 잔인한 연극의 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서희, 당신은 이제 무엇을 원하는 것이오?" 길상이 나에게 물었을 때, 나는 가장 잔인한 거짓말을 해야 했다. "더 큰 돈, 더 많은 힘. 나는 나의 힘으로 이 세상을 움직이고 싶소." 그의 얼굴에 스치고 지나가는 실망감과 고통을 나는 보았다. 그 고통이 나에게 가장 아픈 채찍이 되었지만, 나는 이 고통을 견뎌야 한다.
내가 진실을 말하는 순간, 그의 순수한 영혼은 내가 끌어들인 위험한 그림자에 물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길상. 나의 모든 인간적인 애정은 너에게 향해 있다. 하지만 너의 안전을 위해, 나는 나의 사랑을 독처럼 위장해야 한다. 나는 너에게 증오의 감정을 심어주어, 너 스스로 나에게서 멀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너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 나는 나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이 밤하늘의 별빛을 올려다보며 나의 결의를 다진다. "길상아, 조금만 기다려다오. 조선이 자유를 얻는 그날, 나는 너에게 돌아가 너의 품에서 비로소 인간적인 최서희로 잠들 것이다." 나는 그에게서 돌아섰고, 밀서를 다시 꺼내든다. 이제 감정을 잊고 실제적인 행동에 착수할 때다. 밀령의 첫 단계는 그들을 옥에서 꺼내는 것이다.
6장. 출옥
옥문을 나서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는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들은 조선의 양심이며, 꺼지지 않는 불꽃이었다. 그들의 출옥은 단순한 해방이 아니라, 조선 독립 운동의 재점화를 의미했다. 그리고 그 불꽃을 다시 지피는 데 나의 돈이 사용되었다.
나는 그들의 출옥을 위해 수많은 흥정을 해야 했다. 일본인 관료, 경찰, 검사, 그리고 그들을 움직이는 배후의 암흑 세력까지. 나는 그들의 탐욕을 이용해, 그들의 시스템을 역으로 이용했다. 막대한 돈을 던져 넣어, 그들의 부패한 손을 통해 우리의 영웅들을 꺼내 왔다. "최 마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찌 이토록 큰일을 해내셨습니까?" 그들은 나를 향해 경외감 섞인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나는 그 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 나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돈의 가치를 매긴 가장 냉정한 장사치였을 뿐이다. 나의 손에 묻은 이 검은 돈은, 그들의 순결한 피 앞에서 한없이 부끄럽다. 그들이 옥문을 나설 때, 나는 그들의 눈빛을 읽었다. 고통, 분노, 그리고 변함없는 투쟁 의지. 그들의 눈빛은 나에게 가장 강렬한 동력이 되었다. 출옥한 그들을 안전하게 조직의 거점으로 인도하고, 그들의 재활과 새로운 투쟁을 위한 모든 자금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나의 임무였다. 나는 그들 앞에서 나의 정체를 숨겨야 했다.
나는 그들에게 친일 거상의 얼굴로 다가가야 했다. 그래야만 그들이 움직이는 자금에 대한 일제의 감시가 느슨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출옥은 나에게 새로운 위험을 안겨주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나를 일제의 심장부에 더욱 깊숙이 연결시켰다. 나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나의 안전은 이제 조선의 독립과 완벽하게 일치하게 되었다. 나는 그들의 눈을 피해 다시 서재로 돌아온다. 그들을 꺼낸 것은 시작일 뿐, 이제 실제적인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
7장. 밀령(密令)
밀령(密令). 장혁이 나에게 전한 그 명령은 나의 삶을 규정하는 가장 무거운 족쇄이자, 가장 빛나는 명예였다. 그 명령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섰다. 나는 조선 독립을 위한 거대한 군자금의 중앙 은행이 되어야 했다. 나의 임무는 돈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일제의 금융 시스템을 역이용하여, 그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군수 산업과 금융 시장에 나의 돈을 침투시켜야 했다.
겉으로는 일본 제국주의의 가장 충실한 사업 파트너로 위장하면서, 속으로는 그들의 자금을 빨아들여 만주와 상해의 독립군에게 보내야 했다. 이 밀령은 나의 모든 지혜를 요구했다. 탐욕스러운 마에다 상회를 상대하고, 권력에 굶주린 오가타 지로를 이용하며, 조선인 사업가들 사이의 경쟁과 불신을 관리해야 했다.
모든 것이 위험한 줄타기였다. 단 하나의 실수가 나의 파멸을 넘어, 조선 독립 운동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었다. 밀령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만주와 경성의 동시다발적인 작전에 필요한 최종 자금을 특정 시점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타이밍. 그것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열쇠였다. 너무 일러도 안 되고, 너무 늦어도 안 된다. 나는 자금의 흐름과 정세의 변화를 동시에 읽어내는 냉정한 기계가 되어야 했다.
밀령을 받은 날부터, 나는 더 이상 최서희가 아니었다. 나는 조선의 미래를 짊어진 단 하나의 무기가 되었다. 나의 모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조선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결정이었다. 이 밀령은 나에게 궁극적인 시험대를 안겨주었다. 나는 이 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이 밀령을 지휘하는 이동진 선생과 그의 딸을 직접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8장. 부녀(父女)
이동진 선생과 그의 딸. 그들의 재회는 기쁨이 아니라 시대의 비극을 증명하는 날카로운 초상화였다. 선생은 옥에서 나왔으나, 그의 삶은 이미 옥살이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의 딸은 아버지를 기다리는 일로 자신의 청춘을 모두 소진했다.
나는 그들을 보며 나의 아들, 환국을 떠올린다. 나는 환국을 독립운동이라는 불길 속으로 밀어 넣은 어머니다. 선생의 딸이 아버지의 신념을 기다렸다면, 나의 아들은 어머니의 의지를 따라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했다. 나는 그에게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했지만, 가장 위험한 길을 걷도록 허락했다. 나의 죄책감은 태산과 같다.
이동진 선생은 밀령의 지도자이며, 나는 그 밀령을 수행하는 자금의 심장이다. 선생은 나에게 조선의 미래라는 숭고한 짐을 나누어 주려 했지만, 나는 안다. 이 짐은 나의 자본의 무게만큼이나 차가운 피를 요구한다는 것을. 부녀(父女)의 관계. 선생은 딸에게 아버지로서의 미안함과 동지로서의 고마움을 동시에 느낄 것이다.
나는 어머니로서의 책임감과 투쟁의 동지로서의 냉정함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다. 나의 진심은 친일파 거상이라는 위장막 속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 차가운 후원자의 모습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나의 위험한 역할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이 부녀를 볼 때마다 나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긴다. 그들의 고통은 나의 고독한 투쟁을 정당화하는 가장 뜨거운 이유가 된다.
나는 개인의 슬픔을 넘어, 민족의 슬픔을 짊어진 부모와 자식들의 모습을 본다. 나는 그들의 희생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나의 모든 것을 바쳐 이 밀령을 완수해야 한다. 아버지와 딸, 그리고 어머니와 아들. 이 비극적인 시대에, 우리는 운명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잔인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제 그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할 실제적인 흥정의 장으로 발을 옮긴다.
9장. 흥정
오늘도 나는 저들의 얼굴 앞에서 가장 두꺼운 가면을 쓴다. 마에다 상회의 늙은 사장, 그리고 그 뒤에서 냄새를 맡는 오가타 지로. 그들이 내게 보이는 탐욕과 비굴함은 내가 그들의 약점을 쥐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흥정. 그것은 심리전이며, 탐욕의 교환이다. 나는 돈을 던지고, 그들은 정보와 군수품을 던진다. 그들은 내가 단순히 돈에 미친 조선의 거상이라고 생각한다. 좋다. 그 착각이 나의 가장 안전한 방패다. 나는 그들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이윤을 보장하는 척하며, 그들의 모든 자금과 정보의 흐름을 파악한다. "최 마님, 이 군수품 입찰 건은 마님에게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오." 마에다의 눈은 황금빛으로 번뜩인다. 나는 미소로 답할 뿐이다.
그가 모르는 사실은, 이 군수품 입찰 자체가 이동진 선생의 밀령의 일부이며, 내가 보내는 돈은 결국 만주의 독립군에게 무기와 식량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돈을 이용해 그들의 목을 조르는 가장 치밀한 덫을 놓고 있다. 흥정의 두 번째 상대는 오가타 지로다. 그의 약점은 권력에 대한 갈망과 비자금에 대한 집착이다. 나는 그에게 내부 고발자의 역할을 맡긴다.
마에다와 그의 상회가 저지르는 군수품 비리에 대한 핵심 정보를 흘려주면서, 오가타가 자신의 동료를 무너뜨리도록 유도한다. 일본 관료들 사이의 불신과 분열이야말로 내가 가장 저렴한 가격에 얻는 최고의 이윤이다. 나는 이 흥정에서 나의 여성적인 매력까지도 무기로 사용한다. 그들의 조선인 여성에 대한 경시와 욕망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그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나는 그들에게 달콤한 독약이며, 그들은 그 독약에 취해 자신들의 파멸을 스스로 앞당긴다. 손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이 흥정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혈투다. 이 흥정이 성공해야만, 밀령이 움직일 수 있다. 이 잔혹한 흥정을 완수하기 위해 나는 나 자신에게 가장 독한 명령을 내린다.
10장. 악랄한 처방
사람들은 나를 보고 냉혈한, 돈에 미친 마녀, 혹은 악랄한 친일파 거상이라고 욕할 것이다. 좋다. 그들이 나를 그렇게 보기를 나는 원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나 자신에게 내린 악랄한 처방이다. 나는 나의 인간적인 모든 것을 희생하여 이 악랄한 가면을 만들었다. 나의 행복, 나의 사랑, 나의 어머니로서의 역할. 이 모든 것을 독약처럼 멀리했다. 행복은 투쟁의 방해물이며, 사랑은 곧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내 감정의 심장을 스스로 찔러 죽은 상태로 만들어야 했다. 이 처방이 극단적이고 잔인함을 나 스스로 인정한다. 하지만 거대한 식민 권력의 앞에서, 평범한 인간적인 선의는 무력한 눈물에 불과하다. 나는 선한 영혼을 지닌 채 무능한 패배자로 남기보다, 악랄한 오명을 짊어진 채 궁극적인 승리를 쟁취하기로 선택했다.
나는 가족에게 거짓말을 한다. 길상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심지어 나를 믿고 따르는 동지들에게조차 차가운 거리를 둔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악랄한 처방의 일부다. 나를 둘러싼 모든 조선인들이 나를 타도해야 할 친일파 거상으로 오해할 때, 비로소 나의 진정한 투쟁은 가장 안전한 위장막을 얻는다.
나는 나의 영혼이 더럽혀지고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의 영혼을 대가로 조선의 자유를 살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악마의 거래를 받아들일 것이다. 이 악랄한 처방은 나에게 생존 방식이자 최후의 무기다. 나는 이 처방을 통해 가장 강한 최서희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이 처방의 정당성은 내가 구원해야 할 조선의 가장 낮은 곳의 현실에서 찾아진다.
11장. 백정은 예수도 믿을 수 없었다
임이와 칠수.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왜 이토록 잔인하게 돈을 모으고 투쟁하는가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이다. 만세 운동 이후에도 조선인 내부의 차별은 여전하다. 백정이라는 굴레. 그 굴레는 일제의 핍박만큼이나 깊고 질기다. 그들은 교회에 가서 예수를 믿으려 했으나, 동포인 신자들조차 그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지.
이것이 조선의 현실이다. 겉으로는 단결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계급과 신분이라는 낡은 사슬에 묶여 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조선의 독립은 단순히 일본인 없는 세상이 아니다. 그것은 조선인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지주 계층의 딸로 태어났다. 나의 복수는 조선 사회의 기득권을 되찾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내가 지금 모으는 이 검은 돈은, 훗날 조선의 계급 사회를 부수고 그들을 억압하는 모든 굴레를 끊어내는 쇠사슬 절단기가 되어야 한다. 나는 돈이 가진 가장 냉혹하고도 강력한 평등의 힘을 믿는다. 돈 앞에서는 양반과 백정의 구별이 사라진다.
내가 그들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나의 돈과 힘으로 그들의 고통을 끝낼 수 있다. 칠수와 임이의 눈물, 그들의 절망이야말로 나의 악랄한 처방을 정당화하는 가장 뜨거운 이유가 된다. 내가 무너진다면, 이들은 영원히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나의 투쟁은 조선의 해방을 넘어 인간의 해방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막중한 사명을 짊어지기 위해, 나는 나의 인간성을 완전히 비워내야만 했다.

https://link.coupang.com/a/cWt6C5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https://link.coupang.com/a/cWTyRe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https://link.coupang.com/a/cWhMqg
[경동나비엔] 숙면매트 온수 싱글 슬림형 EMW721-SS - 침대용 | 쿠팡
쿠팡에서 [경동나비엔] 숙면매트 온수 싱글 슬림형 EMW721-SS 구매하고 더 많은 혜택을 받으세요! 지금 할인중인 다른 침대용 제품도 바로 쿠팡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www.coupang.com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소설 , 정보, 재미난 생활 정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거상 최서희의 치밀한 전략,토지 3부 2권(2-1)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0) | 2025.10.29 |
|---|---|
| 핏빛 돈으로 조선을 사다. 토지3부 1권(1-2)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0) | 2025.10.29 |
| 토지 1부 (4권): 돌아온 구천, 숙명의 재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0) | 2025.10.28 |
| 토지 1부 (3권);여왕의 귀환, 복수와 대재앙.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0) | 2025.10.28 |
| 토지 1부 (2권);사랑을 짓누르는 운명의 무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0) | 2025.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