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사리의 혼백. 철의 여인, 고독한 투쟁을 시작하다."
제5부 1권 - 혼백(魂魄)의 귀향
제 1 편 혼백(魂魄)의 귀향
1장 신경(新京)의 달
이곳 만주, 신경(新京)의 달은 너무나 차갑고 건조하며, 때로는 섬뜩하리만치 무관심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마치 내가 서 있는 이 거대한 건물이, 이 거대한 도박판이, 이 거대한 시대의 광기가 한낱 덧없는 모래성에 불과함을 알고 있다는 듯이. 하늘은 너무 높고, 땅은 너무 넓어, 조선에서 온 나의 작고 고독한 영혼이 길을 잃고 헤매는 듯하다. 나는 지금 일제의 광기가 극에 달한 대륙의 심장부, 만주국이라는 허울 좋은 제국이 세워진 이 기만적인 도시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박고 있다.
경성(京城)에서의 나의 삶이 위태로운 줄타기였다면, 이곳 신경은 폭풍의 눈 속에서 냉철하게 다음 수를 계산하는 대국이다. 나는 겉으로는 '대륙 제일의 거상(巨商)', '철의 여인'이라는 칭호를 받는, 모두에게 존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받는 존재로 행세한다. 나의 막대한 부와 나의 사업적 수완은 일본 군부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나의 모든 재산은 독립을 위한 자금이며, 나의 모든 사업은 조국으로 돌아갈 '혼백'들을 위한 길을 닦는 방편일 뿐이다. 나는 이곳에서 가장 일본적인 가면을 쓰고, 가장 치밀하고 은밀한 조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내 눈앞에 펼쳐진 이 신경의 모습은 철저히 계획된 거짓이다. 넓고 곧게 뻗은 도로, 현대적인 관공서 건물들, 화려한 호텔과 백화점들. 이 모든 것은 제국주의의 탐욕이 빚어낸 거대한 신기루에 불과하다. 이 화려함의 뒤편에는 굶주림과 차별, 그리고 끝없는 착취가 그림자처럼 도사리고 있다. 나는 이 도시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이용한다. 빛은 나의 사업을 합법적으로 보이게 하고, 그림자는 나의 비밀스러운 활동을 감춘다.
신경의 밤은 수많은 감시와 음모의 눈빛으로 가득 차 있다. 춤추는 술집의 불빛 아래에서, 나는 일본 군부의 고급 장교들, 만주국의 부패한 관료들, 그리고 온갖 국적의 돈에 눈먼 상인들과 거래한다. 나는 그들의 탐욕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이용하여 나의 비밀을 감추고, 우리의 자금을 안전하게 운반하며, 필요한 정보를 빼낸다. 그들은 나의 부를 탐하고, 나는 그들의 정보를 탐한다. 이것은 기만적인 평화 속에서 벌어지는 가장 치열한 전쟁이다.
나는 그들에게 술을 따르고, 웃음을 팔며, 때로는 그들의 오만한 농담에 맞장구를 치는 고통스러운 연기를 한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언제나 얼음처럼 차갑고, 나의 눈빛은 단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나의 연기가 완벽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단 하나의 실수가, 단 하나의 감정적인 동요가, 나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수많은 동지들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위선과 가식이 나의 영혼을 갉아먹는 독이지만, 나의 사명은 나에게 이 독을 기꺼이 삼킬 것을 명령한다. 나는 나의 영혼을 희생하여 조국을 구원하려 한다.
나는 종종 이 신경의 달을 올려다본다. 저 달은 나의 고향 평사리의 하늘에도 떠 있을까. 길상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의 아들, 연이와 석이는 각자의 길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을까. 이 모든 번뇌가 나의 숨통을 조여오지만, 나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최서희다. 나의 삶은 곧 투쟁이며, 나의 끝은 오직 승리뿐이다. 나는 내가 구축한 이 거대한 사업체 안에서, 내가 원하는 조국의 해방을 위해 모든 것을 계산하고, 모든 것을 희생한다. 나는 나의 혼백이 이미 고향으로 돌아갔음을 알지만, 나의 육체는 이 사명을 완성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이 신경의 달 아래서 내가 지켜야 할 나의 가장 엄격한 약속이다.
2장 춤추는 박쥐들
신경이라는 도시는 낮에는 질서정연하고 모던한 계획도시처럼 보이지만,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그 속내는 온갖 부패와 비리가 들끓는 소굴로 변한다. 이곳에서 내가 상대하는 인간들은 모두 '춤추는 박쥐들'과 같다. 그들은 낮에는 일본 제국의 햇빛 아래에서 위세를 떨치지만, 밤에는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나의 이익과 그들의 탐욕을 교환하며 생존한다. 나는 그들을 지배하고 이용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유일한 생존 방식이다.
이 박쥐들 중 가장 위험한 부류는 물론 일본 군부의 고급 장교들이다. 그들은 권력과 무력을 가진 자들이며, 만주의 모든 자원을 통제하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광물을 팔고, 보급품을 제공하며, 때로는 그들의 아내들에게 호화로운 선물을 증정하여 그들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나의 전략은 언제나 간단하다. 그들이 탐하는 것을 주되, 그들이 결코 나의 심장부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모든 약점, 모든 비리, 모든 욕망을 꿰뚫고 있으며, 그것들을 나의 비밀 무기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다나카 대령과의 거래는 항상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그는 교활하고 냉혹하며, 조선인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는 자다. 나는 그에게 최고급 러시아산 보드카와 희귀한 중국 비단을 제공하면서, 만주국 철도의 중요 노선 운송권을 따낸다. 그 운송권은 표면적으로는 사업 확장을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독립 자금을 안전하게 운반하고, 때로는 필요한 동지들을 은밀하게 이동시키는 생명줄 역할을 한다. 그가 술과 유흥에 취해 있을 때, 나는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군사 정보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 퍼즐을 맞춘다.
또 다른 박쥐는 만주국 정부의 조선인 관료들이다. 그들은 조국을 등지고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가증스러운 존재들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이 가장 중요한 정보 통로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배신에 대한 죄책감을 돈과 권력으로 덮으려 하며, 나는 그들의 이중성을 이용하여 그들을 나의 손안에 넣는다. 나는 그들에게 부와 명예를 약속하지만,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한다. 나는 그들을 조국의 이름으로 단죄할 날이 올 것임을 알고 있다.
나는 그들과의 모든 만남에서 완벽한 가면을 쓴다. 그들의 술잔을 채우고, 그들의 오만함을 받아주며,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 이 모든 위선과 가식이 나의 영혼을 갉아먹는 독이지만, 나의 사명은 나에게 이 독을 기꺼이 삼킬 것을 명령한다. 나는 나의 영혼을 희생하여 조국을 구원하려 한다. 그들이 나에게 정보를 팔 때, 나는 그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고, 우리의 독립운동에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한다. 나의 모든 행동은 치밀하게 계산된 명령이며, 나의 모든 말은 곧 나의 투쟁의 무기이다.
이 박쥐들과의 거래는 나에게 나의 고독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나는 이들 중 누구에게도 나의 진정한 목적을 드러낼 수 없다. 그들은 나의 부를 찬양하지만, 나의 진정한 투쟁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나를 그들의 세계의 일원으로 착각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들 위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본다. 나의 심장은 돌처럼 단단하고, 나의 의지는 불변한다. 나는 이 춤추는 박쥐들 사이에서 홀로 서서,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나의 사명을 완수하려 한다. 이 모든 음모와 기만 속에서, 나는 나의 순수한 목표를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나 자신을 채찍질한다. 이 만주 땅에 뿌려진 나의 모든 땀과 눈물은 결국 조국의 해방이라는 거대한 결실을 맺을 것이다. 나는 그날이 올 때까지, 이 박쥐들의 춤판에서 가장 냉철하고 은밀한 지휘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3장 섬진강(蟾津江) 기슭에서
신경의 삭막한 황토 바람 속에서, 나는 문득 '섬진강(蟾津江) 기슭에서'의 흙냄새와 물소리를 떠올린다. 이 광활하고 메마른 만주 땅의 풍경은 나의 고향 평사리의 푸르름과는 너무나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곳은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계산과 권력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곳이다. 반면, 섬진강 기슭은 나의 모든 고통과 번뇌의 시작이자 끝이며, 나의 모든 순수와 행복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이 차가운 만주 땅에서, 나의 혼백(魂魄)은 종종 그 강가로 돌아가 그 그리움을 달랜다. 나의 육체는 이 신경의 사무실에 갇혀 있지만, 나의 영혼은 끊임없이 섬진강의 물줄기를 따라 흐른다. 그곳은 나의 어머니의 품과 같았고, 길상과의 우리의 사랑, 나의 아이들과의 행복한 시간, 그리고 나의 모든 순수했던 과거가 그 강물에 흐르고 있었다. 나는 나의 청춘을, 나의 사랑을, 나의 행복을 그 강가에 모두 묻어두고 왔다.
나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강물 위로 쏟아지는 햇살, 갈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 그리고 길상의 단단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그 모든 것은 너무나 멀고 아득하여, 마치 내가 꾸었던 한 번의 꿈처럼 느껴진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모든 고통과 희생이, 단지 그 꿈을 다시 되찾기 위한 대가일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잃고, 이 삭막한 만주 땅에서 홀로 투쟁하고 있다.
나의 모든 투쟁의 이유는 결국 섬진강으로 귀결된다. 내가 이 모든 희생을 감수하는 것은, 나의 아이들과 다음 세대가 그 강가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거대한 사업체, 나의 모든 부와 권세는 그 강물을 되찾고, 그 강물 위에 조국이라는 이름의 자유로운 터전을 다시 세우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나는 나의 혼백이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닦는 고독한 건축가이며, 동시에 이 시대의 폭력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냉철한 전사이다.
나는 이곳 신경에서 오는 모든 보고와 편지 속에서 섬진강 기슭의 소식을 찾는다. 고향은 여전히 일본 제국의 압제 아래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나의 모든 동지들은 그 고통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투쟁하고 있을까. 나의 아들, 연이는 아버지 길상의 그림자를 좇아 고독한 길을 걷고 있을 것이고, 석이는 그의 방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로서 그들의 고통을 대신할 수 없음에 가슴이 찢어지지만, 나의 사명이 그들의 고통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기에 멈출 수 없다.
나는 매일 아침 차가운 신경의 공기를 마시며, 섬진강 기슭에서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 강물은 나의 냉철한 심장을 잠시나마 따뜻하게 만드는 유일한 위안이다. 그 강물은 나의 모든 눈물과 고통을 씻어주는 치유의 물결이다. 나는 그 강물을 마음에 품고, 이 삭막한 만주 땅에서 나의 투쟁을 지속한다. 나의 혼백은 이미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나의 육체는 이 신경의 달 아래서 나의 사명을 완성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의 고독과 희생은 나의 모든 사랑과 그리움을 보상할 것이다. 나는 그날, 섬진강 기슭에 다시 돌아가 조국의 해방을 선언할 것이다. 그 전까지는 이 모든 고독과 번뇌를 감수하며 나의 투쟁을 지속할 것이다. 나는 최서희이며, 나의 사명은 나의 모든 존재 이유이다.
4장 몽치의 꿈
몽치. 그는 나의 가문과 오랜 인연을 맺은, 우직하고 순수한 인물이었다. '몽치의 꿈'은 단순히 개인적인 성공이나 부를 넘어, 그 시대 민중들의 순수하고 간절한 염원을 상징한다. 나는 몽치를 보며, 나의 모든 복잡하고 위험한 투쟁이 결국은 그들의 소박한 꿈,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을 실현하기 위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는 몽치를 나의 사업에 끌어들여 그의 꿈을 실현하도록 돕는다. 그가 만주에서 성공하는 것은 나의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나의 조직에 대한 민중들의 신뢰를 얻는 중요한 방법이다. 몽치는 돈이나 권력에 대한 탐욕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가족을 부양하고, 정직하게 땀 흘린 대가를 얻고자 하는 순수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순수함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들의 희망 그 자체이다.
나는 몽치에게 나의 사업의 중요 부문을 맡기고, 그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성공은 내가 이룬 부가 단순히 사적인 욕망을 위한 것이 아님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나는 몽치를 통해 민중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그들의 지지를 얻어낸다. 하지만 나의 모든 비밀스러운 활동은 몽치에게 철저히 숨긴다. 그의 순수함은 나의 투쟁의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것이다. 그는 나의 위험한 계획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종종 몽치를 보며 나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나 역시 평사리의 순수한 꿈을 꾸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대의 폭력과 불의는 나의 꿈을 짓밟았고, 나를 지금의 냉철하고 잔혹한 여인으로 만들었다. 나는 몽치가 나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그의 순수한 꿈은 이 시대의 잔혹함에 쉽게 짓밟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꿈을 보호하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이 시대를 이겨내려 한다. 나의 냉혹함은 나의 사랑이자, 나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나의 유일한 방법이다.
나는 몽치에게 나의 철학을 전한다. "꿈은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내야 한다. 이 시대의 잔혹함 속에서, 너의 생존은 너 자신의 능력과 집념에 달려 있다." 나의 말은 잔혹했지만, 그것은 나의 사랑이자, 나의 삶의 진실이었다. 나는 그가 나의 뜻을 이어받아 이 시대의 모든 불의와 폭력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의 성공은 나에게 단순한 사업적 성공을 넘어, 나의 투쟁이 결국 민족의 꿈을 지켜낼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몽치의 꿈은 나의 삶의 형태 속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연결고리였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견디며, 나의 사명을 완수할 때까지 나의 짐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나의 모든 희생은 이 몽치의 꿈을 통해 진정한 해방과 평화를 찾기 위한 고독한 봉헌이었다. 나는 몽치의 순수함이 이 시대의 모든 악을 이겨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그의 꿈을 지키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이 신경의 달 아래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의 꿈이 실현되는 그날이 곧 나의 혼백이 조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될 것이다.
5장 관음탱화(觀音幀畵)
나는 어느 날, 한 은밀한 경로를 통해 '관음탱화(觀音幀畵)'를 접하게 된다. 관음보살, 자비와 구원의 상징인 그 탱화는 피와 살이 튀는 나의 투쟁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평화와 고요를 담고 있었다. 그 탱화는 나에게 구원과 속죄, 그리고 나의 모든 희생에 대한 영적인 의미를 되묻는 듯했다. 나는 나의 비밀스러운 방에 그 탱화를 걸어두고, 홀로 고독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나는 그 관음탱화를 바라보며 나의 모든 죄와 고통을 고백한다. 나의 손은 이미 수많은 피와 돈으로 얼룩져 있고, 나의 영혼은 이미 수많은 위선과 가식으로 훼손되었다. 나는 이 모든 죄를 지고 나의 사명을 완수하려 한다. 나의 투쟁은 정의를 위한 것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수하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이용하고, 기만하고, 때로는 그들의 파멸을 방관해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이 조국 해방이라는 대의를 위한 것이었지만, 개인으로서의 나는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고, 너무나 많은 죄를 지었다.
관음보살의 자비로운 눈빛은 나의 냉철한 심장을 꿰뚫어 본다. 나는 그 앞에서 나의 모든 감정을 봉인하고, 나의 모든 판단을 이성과 계산에 따라 내려야 했던 나의 고통을 고백한다. 자비와 구원은 이 시대의 잔혹함 속에서는 나약함에 불과하다. 나는 나의 냉혹함이 나의 투쟁을 지속하게 하는 유일한 힘이었음을 깨닫는다. 만약 내가 잠시라도 감정에 흔들렸다면, 나의 모든 계획은 무너지고 수많은 동지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했을 것이다. 나는 냉혹함이라는 갑옷을 입고, 그 안에서 나의 모든 인간적인 감정을 질식시켜야 했다.
나는 이 탱화를 통해 나의 사명이 단순한 정치적 투쟁을 넘어선 영적인 봉헌임을 깨닫는다. 나의 모든 희생은 이 시대의 모든 불의와 폭력을 이겨내고, 진정한 평화와 구원을 찾기 위한 고독한 염원이다. 나는 나의 육신이 이 만주 땅에 묻히더라도, 나의 혼백만은 자유롭게 조국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이 탱화는 나의 영혼을 위로하고, 나의 고독한 투쟁을 정당화하는 유일한 증거이다. 나는 이 탱화를 나의 비밀스러운 은신처에 간직하고, 매일 밤 나의 모든 죄와 고통을 고백하며 구원을 갈망한다.
나는 길상을 떠올린다. 그 순수했던 사람. 그는 언제나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다. 나는 그와 같은 삶을 살지 못했다. 나는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악마와 손잡아야 했고, 나의 모든 것을 희생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의 투쟁이 길상의 순수한 영혼을 지키고, 그가 사랑했던 조국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관음보살은 나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 오직 나의 고독한 염원만을 받아들일 뿐이다.
관음탱화는 나의 삶의 형태 속에서 가장 신성하고, 가장 고독한 연결고리였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견디며, 나의 사명을 완수할 때까지 나의 짐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나의 모든 희생은 이 관음탱화를 통해 진정한 해방과 평화를 찾기 위한 고독한 봉헌이었다. 나의 혼백은 이미 조국으로 돌아갔지만, 나의 육체는 이 신경의 달 아래서 나의 사명을 완성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의 마지막 숨결이 끊어지는 순간, 나는 관음보살의 품에 안겨 평화롭게 섬진강 기슭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날까지, 나는 최서희로서, 철의 여인으로서, 나의 고독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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